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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와칼럼


    목회칼럼

    2018.09.29 18:41

    고향

    조회 수 17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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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고향이 ‘평안남도 중화군 양정면 석우리 439번지’이다. 나는 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 원적이라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외우고 있다. 얼마 전 판문점에서 남북한 군사회담이 있었는데 상당히 획기적인 비무장과 불가침에 대한 의지를 협의하는데 성공해서, 625전쟁 발발 68년 만에 사실상 종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견해가 많다. 조금만 더 사시면 이북 실향민들이 드디어 자유롭게 고향 방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추석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전 국민의 75%가 고향을 방문하러 대이동을 한다고 하는데 미국에 사는 우리는 명절 기분 내기가 건성뿐이다. 태어나길 이대부속병원에서 났고 연고도 없는 ‘서울 중구 을지로’가 본적이라 원래 변변한 고향이랄 것도 없었지만, 이제 부모님마저 안 계시니까 나에게 고향이란 곳은 영영 사라진 듯하다. 지리적 고향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마음의 고향이 있는데 부모님이 바로 마음의 고향이었나 보다.

    토요일 아침 교회 사무실에서 주보도 만들고 주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침 실버 목장에서 추석 친교 준비를 하러 오셨다. 이번 목회자 컨퍼런스 설문지에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봉사해주시는 것을 보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동부에서 청년 중심의 목회를 하시는 어떤 사모님은 ‘이렇게 노부모님들하고 함께 신앙생활하시니까 부러워요’라고 메일을 보내오셨다.

    아내도 한국 방문 중이라 아들 녀석하고 단 둘이서 추석을 맞이할 참인데, 아래층 부엌에서 솔솔 올라오는 해물 파전 부치는 냄새가 겨우 명절 분위기 체면은 세워주었다. 식전에 요기하라고 사무실까지 간장과 함께 배달해주신 전을 몇 개를 뚝딱 해치우고, 점심이 준비되어서 실버목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어머니가 붙여주시던 감자 부침개 생각이 났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흰 쌀밥을 넘기는데 목이 멨다. 마침 부침개에 고추가 들어가서 매콤하고 뜨거운 김치찌개 덕에 이마에 흐르던 땀을 훔치는 척 하면서 눈물도 얼른 같이 닦아냈다.

    부모님은 이제 이 땅에 안 계시고, 더 이상 나를 반겨줄 고향도 존재하지 않지만, 주 안에서 정다운 저 분들이 바로 내 부모요 모든 교우들과 더불어 사는 이곳이 바로 나의 고향이 아니겠는가? 고향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가정에도 고향이 있고 목장에도 고향이 있다. 그리움이 있고 정이 있는 곳이 고향이다. 영원한 본향 천국처럼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 못하고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