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말연시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덕담을 전한다. 개중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보낸 글도 있겠지만 그저 처세(處世)의 일환으로 남들보다 뒤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카드를 보내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는 우편카드보다 빠르고 편리한 카톡 등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고마움이나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믿는 사람은 그 이상(以上)을 생각해야 한다. 과연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주위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이 있는가? 이것을 정리하고 이 해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가까운 부부(夫婦)지간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족, 목장 식구, 교인, 친구, 직장동료 등을 바라볼 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강력한 힘은 “긍정과 감사”의 시각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의 높은 기대치에 턱 없이 못 미치는 사람들을 낙제생 보듯 원망하고 비난하는 시각을 갖고 산다면 죽는 순간까지 삶은 계속 진흙탕같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말할 수 없이 힘든 삶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려고 노력했다면 현재 도달한 점수가 몇 점이든지 그들은 우등생이다. 훌륭한 한 해를 살았기에 박수 받아야 한다.
교회의 한 해를 평가해보자. 여전히 영혼구원이라는 과제에 대한 점수는 미진하다. 하지만 무능하고 무지한 가정교회 1학년생들이 가능한 순종했고, 헌신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작은 열매를 남겼다. 그러면 모두 잘 산 것이다. 목자 부부는 자신들의 삶을 지탱하기도 힘겨운 가운데 영혼을 위해서 섬겼고 기도했다. 목원들 역시 자신들의 만족보다는 목장의 존재 목적을 이해하고 동역하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목양이 서툴고 영혼 구원이 활발하게 열매 맺지 못하는 목장이 많다고 하더라도 하나님 보실 때에는 “착하고 충성된 종”들이었다. 누구 하나 “악하고 게으른 종들”은 없었다. 여전히 우리들은 실수가 많고, 서툴고, 우둔하고, 미성숙하지만 비난 받아 마땅한 주의 자녀들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이해받을 때 더 잘하고 싶어진다.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비난 받으면 그나마 하려던 용기마저 잃어버리고 마는 존재다. 앞으로 더 잘해보려는 결심은 새해에 하기로 하고, 다시는 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위에 있는 모두를 향해 미소 짓고, 박수쳐주고, 따뜻하게 껴안아주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 마디...
“힘들었죠? 그래도 올해 잘 살았어요. 파이팅!” (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