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상명대 중문과의 김경일 교수가 성균관 유림들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그가 저술해서 30만 부가 팔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베스트셀러 때문이었다. ‘악담과 패설로 공자와 유교에 모멸감을 줬다’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5년간의 지루한 법정싸움에서 결국 대법원은 김교수의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그동안 김교수는 피소만 당한 것이 아니라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와 집으로 매일 협박 전화와 협박 편지가 배달되었고, 심지어 학교를 점거하고 ‘김경일을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시위까지 있었다.
사실 김교수는 10살 때부터 천자문과 붓글씨를 배우고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했으며 대만으로 9년 간 유학을 떠나 갑골문자로 박사를 받은 유교의 전문가이다. 그러나 중국도 버리고 일본도 버린 유교는, 유독 우리나라만 붙들고 있는 사상인데 21세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만일 조선이 유교대신 서양 실리를 받아들였다면 근대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 어른, 기득권자, 심지어 주검을 위한 도덕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토론 부재를 낳은 가부장 의식, 위선을 부추기는 군자의 논리, 끼리끼리의 협잡을 부르는 혈연적 폐쇄성과 그로 인한 분열, 여성 차별을 부른 남성 우월 의식, 스승의 권위 강조로 인한 창조성 말살 교육의 문제점들을 오늘날까지 지속시키고 있어요.” -김경일
성경적인 ‘효’가 유교적 효사상과 다른 점은, 이타적이라는 것이다. 유교적인 효는 남성 연장자 중심이기 때문에 여자들의 인권은 희생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초를 겪었는가? 어느 종갓집 며느리는 일 년에 제사만 17번을 차려야 했다. 명절이 되어 고향을 방문할 때에도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 여자들은 즐거운 만남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하게 되는 시간이 되고 만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효는 사랑 안에 다 포함되어 있어서 굳이 효를 강요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신앙 같으면 부모를 진심으로 공경하게 된다. 기독교인들이 패륜에 불효집단이라는 것은 큰 오해이다.
김교수님은 용기 있는 분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뜻으로 유교의 병폐를 지적했어도 사람들에게 패륜아로 비난당할 위험이 너무 큰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교회도 신약교회의 모습을 회복하고 개혁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교회 내의 기득권자들이 체면과 율법을 버려야 한다. 그런 뜻에서 주보의 ‘섬기는 분들’을 ‘직분’대신 ‘실무자’로 대체하기로 당회에서 결정했다. 모세가 죽어야 여호수아(예수)가 산다. (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