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5-16]
정교회 목회자 세미나로 처음 타교회 목장을 방문했을 때 참 인상적이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남자들의 설거지였습니다. 설거지의 순서는 가정교회 공식 매뉴얼에도 등장할 정도로 단순한 봉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 목장에서는 남자 분들의 설거지는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자 분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고된 일을 하고 목장에 모였는데, 그 시간마저 힘든 노동을 강요할 수 없겠다 싶어서였습니다. 또 호스팅한 가정의 주부가 손님들에게 설거지 맡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셔서 손도 못 대게 하는 경우도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가정교회 3년 차에 접어들고 보니, 다른 가정교회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작은 일들도 다 이유 없이 하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설거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첫째 전도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남자들이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집안에서 자기 뜻대로 군림하는 남성들이 많은가 봅니다. 그런데 목장이나 교회에 와 보니 점잖은 남자들이 부엌일을 하는 것을 보면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숟가락, 그릇을 남이 만지고 정리하도록 맡긴다는 것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아주 친근한 가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둘째, 목장을 돌아가면서 모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늦게까지 모임을 갖고 목원들이 다 돌아간 후 뒷정리를 하는 것이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설거지의 부담감을 덜어준다면 아무래도 더 자주 목장을 호스팅할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정리가 되어 있으니 나눔을 할 때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교회 주일 친교 준비도 역시 남자 목원들이 설거지를 맡아주시면 봉사가 훨씬 가볍고 즐거워지지 않겠습니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목장에 오면, 사실 피곤하기는 여자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정교회 3년 차 답게 각 목장의 남자 분들이 자원하셔서 새해부터는 매주 목장 설거지와 목장의 교회 친교 담당일 설거지를 한 번 용기 있게 실천해보시기 바랍니다. (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