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 가면 그날 연주할 곡목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나누어 줍니다.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오면 주일 예배 순서와 교회 소식 등을 알려주는 주보를 나누어 드립니다. 주보에는 지난 주 헌금 통계, 목회자의 에세이 등이 실림으로 교회 운영진과 회중들 간의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됩니다.
주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파라핀 종이에 철필로 글씨를 쓰고 나서 그 위에 잉크 롤러를 문지르는 ‘등사’가 가장 손쉬운 인쇄방식이었습니다. 옛날 학교 인쇄물을 유인물(油印物)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가 바로 기름종이를 사용하는 등사 방식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교회에서 등사를 통해 학생부 주보와 자료를 만들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 후에는 동네 인쇄소에서 교회 주보를 대량으로 찍어서 배달해주면 토요일 저녁 늦게 중고등부 학생들이 주일 아침에 쓸 주보를 수 백 장을 접던 추억도 있습니다.
주보는 처음 교회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 교회의 수준(?)을 가늠하게 만드는 얼굴과도 같은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교회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주보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써왔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한국에서 발행한 칼라 주보용지를 구입해서 내용만 매주 인쇄한 후 교회 복사기로 주보를 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몇 년간은 미국 종이 규격에 맞게 새로 편집하여 우리 교회 자체의 칼라 인쇄물을 싸게 제작하여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간은 그동안 구입해놓았던 칼라 용지가 다 떨어져서 일반 옅은 바탕색이 있는 리걸 사이즈 용지위에 흑백으로 인쇄해서 실험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보 매수가 늘어감에 따라 그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고, 또 가정교회를 하면서 교회를 탐색하는 단순 방문자들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실용적인 정보제공의 기능만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건축을 앞두고 절약하는 뜻에서 당분간 흑백 주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복사기가 흑백 사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흑백 주보에 맞는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고치고 있습니다. 너무 단조롭고 딱딱한 인쇄물이 되지 않도록 주보 앞면에 넣는 교회 스케치는 본 교회 신축과 상관없는 삽화들입니다. 복사기에서 깨끗하게 인쇄가 가능한 이미지들을 삽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보에는 대략 20가지 종류의 각종 정보들이 게제 됩니다. 교회 생활하시는데 잘 활용해주시기 바라며 교회에 오시면 본인의 주보함을 늘 확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