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들과 교회가 사회 운동이나 사회 단체 활동에 참여해야할까 할 필요가 없을까요? 선교학적으로 볼 때, 기독교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병원, 학교, 복지기관 사업도 은사에 맞는 분들은 섬겨야 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전도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섬김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크리스천 개인이 사회의 시민단체나 정치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정답은 각자에게 달려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각자 자신에게 주신 열정과 은사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참여자는 불참여자를 ‘비애국자’로 매도하면 안 되고, 불참여자는 참여자를 ‘명예주의자’라고 매도하면 안 됩니다.
내년에 본 교회 교인 중에 이 지역 단체장을 맡으시는 분이 생겼습니다. 오정방 장로님이 오레곤 한인회장에 추대가 되셨고, 권희수 집사님이 6.25참전용사회 회장을 맡게 되셨습니다.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겸손한 섬김의 자리라면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고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성경적 관점에서 몇 가지 목회적 제안을 해봅니다.
교회는 다양한 정치관과 인생관, 신앙관, 세계관을 가진 여러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인회, 평통 등 각종 애국단체, 경로단체, 각종 협회 등의 설립목적과 사업방향에 모든 사람들이 다 찬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가치관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정치적인 논쟁은 불필요합니다. 따라서 교인 중에 사회단체나 정치활동을 하게 될 때, 교회는 공식적으로 후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 한인 자녀 중에 정계에 진출하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다만 그런 취지에 찬동하는 교인들이 개인적으로 협조하고 후원해주신다면 일하시는 분들이 힘이 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크리스천들이 단체장을 맡아서 각종 행사를 진행할 때, 종교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한인회 행사에 무심코 참석했다가 전 한인회장을 지내신 어느 교회 장로님이 순서 중에 저에게 기도를 부탁하셨는데, 크리스천 아닌 현 한인회장이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내서 저도 무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 이민 초창기에는 교회가 항상 한인 사회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기독교 지도자들이 깊이 연루되었지만, 이제는 굳이 ‘종교편향’이라는 원성을 사면서까지 종교성을 추구할 필요가 없고 그것이 전도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뜻을 같이 하는 교인들이 바쁜 중에도 기꺼이 행사와 사업에 참여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간접적인 선교적 효과는 이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맡겨주신 일이 무엇이든 각자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잘 감당하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