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정기 검진 컨퍼런스
이번 목회자 컨퍼런스는 캐나다 동부의 토론토에서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가격의 항공편을 예매했기 때문에 갈 때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갈아탔고 올 때는 캐나다 캘거리란 도시에서 갈아타고 포틀랜드에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국제선이다 보니 보안 검색대 통과 외에도 입국 수속 과정이 더 있어서 확실히 국내선보다 통관이 번거로왔습니다. 3시간 시차도 생각보다 커서 피로감이 다른 때보다 더 컸습니다.
캐나다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많이 못오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127명이 등록을 하셨습니다. 저는 봄에 미리 항공권을 끊어 놓아서 비교적 저렴하게 다녀왔지만, 오신 분들 중에는 상당히 비싼 항공료를 감수하고 오신 목사님 사모님들도 계셨습니다.
개교회 목회도 바쁘고 재정적 여유도 없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목사님이나 사모님은 일을 하기 때문에 휴가를 내야 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왜 가정교회 목회자들은 시간과 재정의 부담을 안고, 1년에 2회나 컨퍼런스를 모이는 것일까요? 또 목자 목녀님들은 왜 매년 목자 컨퍼런스에 200명 가까이 참석을 하시는 걸까요?
대충 하면 더 힘들기 때문입니다. 벌목공이 체인톱을 날카롭게 유지하지 않으면 나무를 자를 때 힘이 더 듭니다. 건강한 사람도 1년에 한 번 종합 정기 검진을 받습니다. 질병에 들고 나서 치료받는 것보다 예방 의학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 처럼, 가정교회 목회자들은 멀고 힘든 컨퍼런스의 자리를 찾아 열심히 나오는 것입니다.
사막 마라톤 선수 중에 안타깝게도 탈수증으로 쓰러져 죽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데 죽은 선수의 수통에는 충분한 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탈수증세를 자각하고 물을 마시려고 하면 이미 늦습니다.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무조건 수분을 섭취해주어야만 한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자연의 법칙은 '방치하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정원도 가꾸지 않으면 금방 잡초가 무성해집니다. 집도 사람 손이 계속 가야 낡지 않습니다. 오솔길도 사람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야 파묻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혼도 계속 가꾸고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교회나 사역도 방치하면 쇄퇴하고 맙니다.
한국의 원로 목사님들이 모여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주었습니다. "목회란 현상 유지가 없다. 교회를 유지 관리만 하려고 하면 곧 쇠락하고 만다. 부흥을 갈망해야만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도 많은 것을 배우고 점검하고 왔습니다. 먼저 '가족들끼리 관계를 회복하는 가족 목장'에 대해서 자세히 배웠습니다. 가정교회를 안정적으로 잘 하시는 목사님에게서 도전을 받았고, 가정교회를 새로 시작하는 젊은 목회자로부터 초심과 열정을 배웠습니다. 올해 교회 건축을 끝내고 나서 젊은 가정의 부흥을 경험하고 있는 한 목사님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얻었습니다. 나보다 몇 배는 더 힘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나눔을 들으면서 나의 목회 환경에 대해서 더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토도 자연 환경이 오레곤 못지 않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해도 집에 올 때가 가장 편합니다. 제가 봄 가을로 컨퍼런스를 통해서 점검하고 리셋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시는 교회에 감사합니다.
강재원 목사 (2023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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