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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
제목공항(空港) (7-20-2014)2021-02-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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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름철이라 여행을 떠난 분들 그리고 방문하신 분도 계신데, 이제 웬만한 휴가여행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이민자들에게 공항은 특별한 장소이다. 이국땅을 제일 먼저 밟아보는 곳이 공항 청사이고 제일 먼저 만나보는 외국인이 무뚝뚝한 이민국 직원과 세관원이다. 이민자들에게는 저마다 공항에 얽힌 사연들이 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짐을 끌고 나왔을 때 마중 나와 준 사람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통관 과정에서 냄새나는 한국 음식 때문에 고초를 겪었던 기억, 방문 온 친척이 이민국의 입국심사에 퇴짜를 맞아서 얼굴도 못보고 한국으로 돌아갔던 일, 한국에 가져갈 선물 보따리의 중량이 초과되는 바람에 남들 보는데서 내용물을 홀랑 까뒤집어야했던 상황 등 쓴 웃음을 자아내는 추억들이 서려있는 공항이다. 포틀랜드 공항(PDX)은 국내 공항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입국심사 만큼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미국 온 지 수 년 만에 자리를 잡아 한국의 부모님을 초청해서 공항에서 상봉했던 기쁨,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로 배웅했던 감정도 공항 곳곳에 어려 있을 것이다. 자식이 대학갈 때, 타주에 직장을 얻어서 떠날 때는 아쉬움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던 공항 대합실은 실로 이민자들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그런데 최근 교회 일로 공항갈 일이 잦아졌다. 포틀랜드 공항의 터미널은 양쪽으로 갈라져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이쪽저쪽 모두 교우들을 배웅하고 맞이하는 기억들이 쌓여가고 있다. 단기 선교팀을 보내고 환영했던 기억, 평신도 가정교회 세미나에 참가자들을 전송하고 영접하였던 기분 좋은 기억들이다. 앞으로도 목자 컨퍼런스 등 훈련받고 재충전 받으러 포틀랜드를 떠났다가 오는 기회가 계속될 것이다. 평신도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좀처럼 동네를 벗어날 기회가 없는 이민생활 중에 이런 훈련 기회들은 축복이다. 은혜와 도전을 받는 영적 유익 외에도 정서적으로 잠시나마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듯하다. 삶에 찌들고 지친 모습으로 떠났던 교우들이 재충전 받은 환한 얼굴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며칠 헤어져 있는 동안 더 소중함을 알게 된 배우자를 만난 반가움 때문에 그리고 받은 은혜에 가슴이 벅차서 눈물을 머금는 얼굴을 볼 때에는 마중 나온 우리들도 가슴이 찡해진다.                   (강재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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