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교회 내에서 옳고 그름을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큰 분규가 되어서 교회가 깨지거나 법정 소송까지 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생깁니다. 어쩌면 크리스천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더 이해(理解)가 약하고 화해를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생각이 하나님보시기에 옳다’라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면 양쪽 다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폭이 다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도들에게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교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무엇으로 분별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이는 자신의 사회적 경험을 활용합니다. 어떤 이는 직감(intuition)을 믿습니다. 어떤 이는 기도와 은사를 통해 하나님의 계시로 중대한 일을 결정합니다.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것들은 항상 불완전합니다. ‘희미하고 부분적’(고전 13:12)일 뿐입니다. 저는 성령의 감동과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경적 원리입니다. 개인의 체험적 지식과 영적 계시가 ‘발 앞을 비춰주는 등불’이라면 하나님의 말씀은 ‘먼 길까지 비추어 주는 햇빛’ (시 119:105)과도 같이 분명하고 총체적입니다. 그렇다고 QT 한 구절을 문자적으로 묵상하고 나서 하나님의 뜻을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1500년 동안 40명의 독특한 상황 속에서 기록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큰 원리(universal principle)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뜻은 ‘하나도 망하지 않는 것’(마 18), ‘누구든지 영생을 얻게 하는 것’(요6), ‘모든 사람이 구원받는 것’(딤전 2) 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십자가를 지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교회와 공동체에 가치가 여러 개면 혼돈스럽고 분쟁하게 됩니다. 그래서 휴스턴서울교회에서는 중보기도자나 은사자가 있어도 신앙지도와 상담은 반드시 목자(목녀)를 통해서 받도록 합니다. 교회의 최고 가치가 ‘영혼구원’, 하나가 되면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혼돈스럽지 않고 쉽게 분별이 됩니다. 예를 들면 ‘교회가 건축하는 것이 하나님 뜻인가?’ 영혼구원에 도움이 되면 해야 하고 방해가 되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이번 건축을 시작하기 전에 가정교회 맨토들에게 상담했습니다. ‘건축이 영혼구원에 방해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들을 수렴했습니다. 또 담임목사나 부교역자를 청빙하고 교회 리더십을 세우는 인사문제에도 스펙이나 개인의 호불호가 아니라, ‘이 사람은 영혼구원하고 제자 삼는 일에 합당한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분별력이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