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음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삼국시대부터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년을 두 번 지내는 것은 낭비라고 하여 양력 1월 1일만 신정으로 지내고 음력설 명절은 폐지하였습니다. 사실은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 이후에도 신정, 구정이라는 말을 사용했으나 음력 설이 정식 공휴일로 승격한 것은 1985년이었습니다. ‘구정, 민속의 날’ 등으로 불리다가 1989년 ‘설날’이라는 원래 이름을 90년 만에 되찾았습니다.
‘설’이라는 말의 어원은 ‘낯설다’ ‘익숙하지 못하다’라는 뜻의 ‘설다’에서 왔다고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한 해의 삶이라 낯설 것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주어진 1년의 기회를 순수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겸손한 인간의 도리일 것입니다. 어릴 때 명절 마다 가장 부러운 것은, 친척집에 세배 드리러 다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가 이북에서 월남하셨기 때문에 친척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설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민속 명절이 공휴일도 아니고 기분도 잘 나지 않아서 싱겁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명절마다 안 믿는 일가친척들과 문화적 갈등이 많은가 봅니다. 저희는 4대째 믿는 집안이라 조상 제사나 차례를 지내본 적은 없습니다만, 많은 집안 어른들이 제사상에서 절하지 않는 기독교인 후손들을 나무라고 명절 분위기가 어색해진다고 합니다. 자신의 종교를 분명히 밝히되 공손하게 양해를 구하고 오히려 더 밝고 섬기는 노력으로 분위기가 침체되지 않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도 중국인들이나 베트남 사람들은 음력 설날을 친척들과 성대하게 잘 지내는 것을 봅니다. 민속 명절에 기복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동안 소원했던 원거리의 가족들과 안부를 묻고 가까이에 있는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 덕담의 시간을 갖는 기회로 활용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