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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gown)에 대해서

목회칼럼

제목•가운(gown)에 대해서2021-02-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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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gown)에 대해서" 

강재원 목사 (2021년 2월 20일)


옷은 사람의 신분이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자전거를 전문적을 타는 사람의 특이한 옷은 바람의 저항을 줄여줍니다. 각 스포츠 마다 고유의 유니폼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 옷을 보면 어떤 종목이구나 하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어릴 때 병원에 가면 의사나 간호원들은 대게 흰색 유니폼을 입고 진료를 했습니다. 미국 와서 놀란 것 중에, 병원 간호사들의 유니폼이 알록 달록한 무슨 잠옷 같이 편한 옷을 입고 슬리퍼 같은 신발을 신고 근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군인들이 입는 유니폼을 보면 어떤 부대에서 복무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유니폼과 달리 가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성이 입는 긴 로브도 가운이라고 부르지만, 서구사회에서 가운은 엘리트 전문직의 상징이었습니다. 판사, 변호사, 성직자, 대학교수 등이 가운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표현 중에 'the gown" 하면 대학교수진이나 엘리트 지성집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성직자들은 언제부터 가운을 입었을까요?


어릴 때, 교회에서 성가대 가운을 입고 찬양을 하시는 집사님들이나 검은 가운을 입고 주일 예배를 인도하시는 목사님, 가운을 입고 흰 장갑을 끼고 성찬 배종을 하시던 장로님들을 보면 굉장한 경건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근접하기 힘든 권위가 느껴졌다고 해야겠습니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 교회에서는 의례적으로 신참 목사에게 가운을 선물해줍니다. 장로장립을 받을 때도 목사보다는 덜 화려한(?) 가운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사실 권위가 부족했던 목사 초년병 때, 가운과 화려한 후드는 각종 애경사나 절기예배를 인도할 때 성직자로서의 권위가 부여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13년도 안식년에 미국의 많은 교회들을 방문해보았는데, 연합감리교회(UMC)나 루터교회, 성공회 같이 예전을 중요시 하는 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회들이 성가대나 목사 가운을 입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미국 목회자는 늘 청바지에 반팔 폴로셔츠만 입고 설교하다가 몇 년 만에 가운을 입고 성찬식을 집례하면서 자기 스스로 너무 어색해서 미치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럼 많은 교회들이 왜 성직자 권위의 상징인 가운을 더 이상 입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운의 기원이 구약 제사장들의 예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사장은 아무나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아론의 가문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제사장과 대제사장들은 화려한 예복과 관을 갖추어 입었고, 대단한 권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만인 제사장이라는 신학이 보편화되고, 20세기 말에 평신도의 재발견이 이루어지면서 포스트 마던 세대는 성직자의 권위보다는 영적 리더로서의 전문성과 영성을 더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은 가운입은 성직자의 라틴어 설교보다, 청바지 입은 리더의 시대성 있는 성경 강해를 더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전통적 예전이나 가운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는 구약 시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목사 안수 받고, 장로 안수 받으면 갑자기 성직의 반열로 들어간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을 깨뜨려야 합니다. 권위는 '도덕성, 전문성, 영성, 인성'에서 나오는 것이지 직급이나 의복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이 세대를 주께로 인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아론의 엄숙한 가운을 벋고, 멜기세덱 계열을 따르는 예수님의 수수한 갈릴리 평상복을 입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