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16]
세계적으로 좀비열풍이 수년이 지나도록 식어질 줄 모르고 있다. 좀비(zombi)는 원래 아프리카의 부두(voodoo)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두교는 서인도 제도와 미국 남부 등에 6천만 명이 넘은 신도를 가지고 있다. 좀비란 부두교 사제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몸만 움직이는 가상의 존재이다. 정신을 잃어버린 좀비들은 농장의 노예로 팔려 착취당하기도 한다.
하버드 대학의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Wade Davis)는 좀비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연구해서 책을 썼다. 부두교에서 두 가지 약물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가사상태로 만들고 중독 상태에서 노동착취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티의 농장지대에서는 아직까지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런 좀비가 대중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공동묘지에서 시체가 살아나서 천천히 사람을 향해 팔을 들고 다가오는 공포영화에서 시작해서, 요즘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매우 빠른 속도로 사람을 향해 공격하는 진화된 좀비, 착한 좀비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다. 그런데 이런 좀비 이야기가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
그럼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좀비에 열광할까? ‘생각도 목적도 자아도 잃어버린 채 일중독에 빠져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괴물에 대한 잔인한 응징을 즐기는 사람들의 폭력성도 한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좀비 스토리의 추세는 정반대라고 한다. 잔인한 장면은 줄어들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서로 단결하는 과정이 대중에게 어필한다. 좀비들을 죽이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치료하고 온 인류를 감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살다 보면 인간의 괴물근성에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나 자신 안에 있는 죄성부터 시작하여,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추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영혼 없는 탐욕스런 공격자들을 만나면 우리들은 공포에 떨기도 한다. 영혼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전염병처럼 죄로 추해진 이 세상에서 다시 아름다운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사람들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