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의 파워"
강재원 목사 (2021년 3월 1일)
지난 주 교회 웹사이트를 완성하고 나서, 몇 가지 최종 점검을 하는데 사소한 문제가 있어서 보충하다가 그만 그동안 작업했던 게시판들이 순식간에 날라가버렸습니다. 행정간사님과 한 달 정도 수작업으로 옮겨놓았던 자료들을 유실한 것입니다. 그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할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신학대학원 다닐 때, 밤샘 작업으로 정성껏 작성한 과제물 리포트를 아침에 의기양양하게 프린트하려고 하는 순간, 실수로 모든 문서가 사라지고 복원도 불가능한 악몽같은 기억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되어 있던 ‘백업 db’를 발견하고 무사히 모든 자료를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 컴퓨터도 5대가 있는데,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 불가능하거나 부팅 자체가 안될 때를 대비해서, 가장 좋은 상태로 15분 만에 복원할 수 있는 백업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백업이 필요한 상황은 단지 테크날로지 분야만은 아닙니다. 오래전 오레곤에서 경찰로 근무하던 한인 형제의 이야기로는 city police보다 county sheriff가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도심지에서는 사건 사고가 생겨서 출동해도 뒤에 백업 동료 경관들이 바로 도착하지만, 카운티는 관할지역이 너무 넓어서 정작 위험한 순간에 동료의 백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직장이나 교회사역에서도 한 사람이 급한 일로 빠질 때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백업을 평소에 준비해놓은 것이 좋습니다.
신앙에도 항상 백업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에도 무슨 문제가 생기고 나서 고치려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아예 복구가 불가능해서 설치부터 새로 시작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30분을 투자해서 백업해놓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커의 공격을 받아도 빠른 복구가 가능합니다. 주님께서는 시험에 들지 않게 미리 깨어서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 해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따릅니다. 미리 예방 기도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주님의 재림 시에도 등과 기름만 준비한 처녀가 아니라 여분의 기름(extra oil)까지 준비한 처녀가 슬기롭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백업의 은혜를 준비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할 세상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항상 백업의 기도, 백업의 영성을 준비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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