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휴전 협정>
한국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지 근 3년 만인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휴전협정(armistice)이 체결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은 끝까지 싸워 북진할 것을 염원했지만 유엔과 국제사회는 휴전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69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이고, 한 쪽만 종전을 선언한다고해서 정말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닙니다.
2년 전 이맘 때, 인류는 선전포고도 없이 COVID-19이란 바이러스의 침공을 받았습니다. 소련제 탱크를 육탄으로 막아보았지만 결국에는 속수무책으로 밀려서 부산으로 내몰렸던 것처럼,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는 6백만명의 인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반도가 공산화될 상황에서 유엔군과 미군의 참전으로 기사회생했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어 서울을 수복하고 한 때는 압록강까지 북진하는 전과도 올렸것 처럼, 인류는 최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하여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듯 보였습니다.
전쟁이 승리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중공군의 참전으로 뼈아픈 1.4후퇴를 해야만 했습니다. 팬데믹도 백신의 보급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다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휴전할 때가 된듯합니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해서 예전으로 돌아가고싶은 것은 우리들의 마음일 뿐, 인류는 앞으로 COVID-19이란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입니다. 아직 전쟁이 끝났다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방심하면 안되겠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휴전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무너졌던 것들을 복구해야할 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레곤과 멀트노마 카운티는 방역에 대해서 지금까지 매우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2일 (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무를 해제합니다. 확진자와 중증입원환자의 지속적인 감소추세의 데이터를 근거로 취한 조치입니다.
따라서 이번 주일부터 교회에 오실 때에도 본인이 원하시면 마스크 착용은 더 이상 안 하셔도 됩니다. 물론 본인 스스로를 더 보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니셔도 상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 유무가 아니라, 이제 바이러스 사태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저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해서 새벽기도회, 대면예배, 삶공부 등을 매우 적극적으로 모인 편인데도, 교회 건물과 목장에서 전파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감염되신 분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여행, 자녀들을 통해서 노출되신 경우였습니다. 예배실 방역으로 수고하시고 협력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그동안 개인 스캐줄이나 자신의 면역력, 혹은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주일 예배에 나오지 못하셨던 교우들께서도 이제는 용기를 내서 참석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동안 위축되고 침체되었던 성도들의 신앙과 공동체성이 이번 부활절을 앞두고 다시 회복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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