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 연휴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이나 걸리는 교통대란 을 뚫고 기어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충고하기를 말세에는 사람들이 점점 무정(無情)해 질 것을 예언하였다. 요즘에는 추석연휴에 고향대신 해외여행을 나가는 용감한 젊은층들도 많다고 한다. 인정사정없고 매정해지는 디지털 사회...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날로그 시대의 정이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시골음식이 그립고, 고향 사투리가 정겹다.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다. 명절이면 더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고아들, 독거노인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 음식을 나누는 다정한 사람들도 있다.
추석이 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송편을 빚어서 솔잎에 찌고, 전을 부치고, 갈비찜을 내놓고 햇과일을 나누어 먹는다. 식구(食口)라는 동질감은 사실 마주 앉아 ‘먹는 입’에서 시작된다. 음식이 들어가면 정다운 말이 나온다. 말이 오가야 정도 느껴진다. 비록 5천마일 떨어진 고향으로 귀성하지는 못하지만, 주안에서 형제 자매된 교우들과 우리는 정을 나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목장은 이렇게 정에 갈급한 현대인들에게 가족애를 느끼게 해주는 가정 공동체이다. 그래서 가정교회는 이 시대에 잘 될 수밖에 없다. 바쁜 이민사회라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외롭기 때문에 더 필요한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먹서먹한 사람들도 매주 만나서 밥을 먹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식구같이 느껴지게 된다.
성씨는 다르고 고향은 틀려도 우리들은 이제 식구다. 제자들과 동거 동락하시던 주님도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하시더라.” (마 12:50) (강재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