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며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독감이 유행할 때에는 마스크를 쓰고 손발을 자주 씻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이나 일본에 가면 요즘 위생, 건강과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젊은 층들이 많아서 처음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놀라움을 준다고 한다. 어떤 날은 행인의 80%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오싹 하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도 미세먼지와 꽃가루 때문에 마스크를 하루 종일 착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마스크와 야구모자는 시위 현장이나 범죄자의 초상권을 보호하는 용도로 더 익숙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패션용 마스크가 많이 팔리고 심지어 의료 수술용 마스크까지 거리에서 쓰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각종 디자인이 80종이 넘고 심지어 마스크를 귀에 걸지 않고 모자에 걸 수 있는 고리까지 등장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화장 안한 민낯을 숨기기 위해서” “얼굴이 작아 보이고 눈만 나오므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라고 한다.
일본의 작가 기쿠모토 유조 씨는 많은 젊은이들이 왜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숨기기 시작했는지를 분석한 책을 썼다. 군중 속에서 두드러져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일본의 많은 학생이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다. '튀어나온 못이 정 맞는다'는 일본의 속담이 말해주듯이,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무리에서 튀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일본사회는 무사시대부터 계급제도와 복종이 일본 전역에 걸쳐 생활에 영향을 끼치다보니, 겉마음(建前, 다테마에)과 본심(本音, 혼네)을 분리하여 살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현대 일본의 젊은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싶어 하기에 마스크를 가면처럼 쓰고 겉에 드러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근간의 마스크 유행은 일종의 현대판 ‘다테마에’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융은 ‘연극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 ‘페르조나’(Persona)를 사용하여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행동할 때 가면과도 같은 것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얼굴을 채택하여 편안함을 추구한다. 크리스천들도 교회에 오면 크리스천으로서의 가면을 쓰고, 교회를 나서면 그 가면을 벗고 다른 가면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매주 목장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가면을 벗게 된다. 부부 간에도 이중성을 갖고 진솔한 목장 생활을 할 수는 없다. VIP들도 처음에는 속내를 열지 않고 경계하지만, 모든 목원들의 속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느덧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